독일 음대 음악교육학 바이올린 학사 준비과정 및 입시 후기 (뒤셀도르프 음대)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음대에서 바이올린 교육학으로 학사를 시작하게 된 학생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음악 교육학을 하게 된 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소개하겠습니다.

 

 

바이올린, 취미가 전공이 되다

저는 10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9년 동안 취미로 이어오던 중, 고등학교 졸업 후 갑작스럽게 전공을 결심하게 된 학생이었습니다. 특이한 케이스였죠, 보통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험을 쌓으며 준비하기 때문에, 실력 면에서도 저는 많이 뒤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공에 맞춰서 처음 레슨을 받았을 때,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너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니, 그 친구들보다 2~3배를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8살에 스케일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고, 효율적인 연습, 기본적인 베이스를 한국에서 채워갔습니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고, 독일에 와서도 계속해서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었죠.

외로움에 스스로를 마주하다

운이 좋게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대학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1년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아무래도 친구들도 없고 혼자 있다 보니 외롭더라도, 저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2년 6월에 독일에 와서, 1년간 독일어와 음악이론, 바이올린 입시 곡 등을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저는 뒤셀도르프음대에 음악교육학 바이올린 전공으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뮌스터에도 바이올린 실기에 합격했었지만, 교육학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뒤셀도르프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뮌스터는 추가로 어학시험이 있었는데, 뒤셀도르프의 음악이론 시험과 시간이 겹쳐서 정중히 거절 메일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교육학 입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실기시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조금 더 어려운 난이도의 이론시험을 본다는 대략적인 내용의 정보를 뒤셀도르프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인터뷰, 예상하기 힘든 의외의 질문들

인터뷰를 위해, 입시요강에 있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최대한 외워서 준비해 갔지만, 시험 때 받은 질문들이 예상 밖이어서 별로 소용은 없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종이에 여러가지를 적어갔는데 못 보게 하더라고요) 그나마 제가 초등~고등까지 다녔던 학교가 발도르프학교였고, 평소에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겨우 답할 정도였습니다. 질문을 예상해서 준비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해당 전공에 대한 평소 관심도 중요한 거 같습닌다. 예를들면 교육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인터넷, 혹은 책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할 것 같더라고요. 저의 경우에도 교육 철학에 관심이 있었다는 저의 말을 들으시고서, 알고 있는 교육 철학가가 누군지에 대해서 물어보셨습니다. 시험장 안의 교수님들은 총 여덟 분이셨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두 분이 교육학, 한 분은 지휘자, 나머지는 바이올린이셨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질문은 교수님 두 분이, 각자가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물어보셨습니다.

실기시험으로는 주전공(바이올린)과 부전공(피아노)시험이 있었습니다. 부전공 시험 같은 경우에는 슈만의 소품 곡들 중 (Fröhlicher Landmann)즐거운 농부>(1분정도의 길이)와 (Prelude.1 von Bach)바흐의 프렐류드를 준비해 갔지만, 슈만의 곡만 들으셨습니다. 저는 꽤 긴장해서 피아노를 많이 틀렸었는데, 그때가 최대의 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뒤셀도르프학교 명칭에 로베르트 슈만이 들어가는 만큼 슈만의 곡이 의미 있었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해봅니다ㅎㅎ

주전공 시험, 코피를 흘려가며

주전공(바이올린)시험은 3개의 다른 시대의 작품, (Violine solo Sonate Nr. 1 von Bach)바흐의 솔로소나타 1번 프레스토, (Mozart Konzert Nr.5) 모차르트 콘체르토 5번과 (Mendelssohn)멘델스존을 들었습니다. 이 당시에 코피가 나서 코를 휴지로 막은 채로 연주를 했고, 그래서 매우 특별하게 기억에 남네요. 교수님들께서 순서를 바꾸겠냐고 물어보셨지만 교육학 시험은 30분이 넘어가는 만큼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고, 실제 연주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라고, 스스로 한번 가정해보니 답이 나온 것 같아서, 그냥 했습니다. 코피가 손에 묻었다면 물로 빡빡 씻어야 끈적한 느낌이 사라지니 앞으로 연주할 때는 참고해야겠더라고요. 끈적한 손으로는 연주가 힘들었습니다.

시험여행을 독일 전국순회공연이라고 생각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단독 연주회에 대한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는 것이 마치 순회공연을 다니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걸까요. 입시 시험을 볼 때마다 그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 몇 번의 경험들이었지만 그런 경험들 덕분에 실력도 많이 늘었고, 결국에는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운이 좋게도 첫 번째 지망인 뒤셀도르프학교가 돼서, 합격한 이후에 다른 학교에는 시험 취소 메일을 보냈고요.

저는 바이올린 입시를 준비할 때, 예술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기에, 주변에 같이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SNS를 통해서 바이올린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다들 실력이 뛰어나서 자신감을 잃기도 했었죠. 바이올린 전공을 결심했지만 경험도 없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처음에는 혼자라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고나서는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마음가짐

교수님들의 채점 기준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기악교육학은 실기 시험의 비중이 일반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뒤셀도르프에서 이번 겨울학기 바이올린 교육학은 자리(Studienplatz)가 하나밖에 없다고 들은 만큼 적었기 때문에 경쟁은 있을 겁니다만, 실기가 부족한데, 본인의 악기로 음악을 계속 공부하고 싶다면, 전략적으로 교육학을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곧 신입생 설명회가 있고, 교육학을 지원한 학생들에게도 설명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저도 교육학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 과가 저에게 잘 맞을 지도 미지수이지만, 저는 환경이 어떻든 간에 저의 음악을 스스로라도 공부하고 발전시켜나갈 생각이기 때문에, 새로운 배움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환영할 것 같습니다. 좋은 교수님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생각하기에 매우 감사합니다. 당연하겠지만 합격 소식을 받으니, 매우 기뻤고 또 기대가 되었습니다.

입학하게 되면 교육학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공부하며 접하게 되는 음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으면 블로그에 올릴 생각입니다.

저의 첫 글인 만큼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면서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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